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여윳돈을 모아 첨단 산업과 청년 등에 투자하는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겠다고 21일 밝혔다. 호황기에 더 걷힌 세금을 ‘재정 저수지’에 적립해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에 선제 투자하고, 세수가 부족할 땐 재정을 보완하는 완충 장치로 쓰겠다고 했다. 정부는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전략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자칫 정부 마음대로 꺼내쓰는 ‘쌈짓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예산처는 21일 재정운용전략협의회 첫 회의를 열고 이른바 ‘추가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의 주력 재원으로 쓰겠다고 했다. 10년간의 장기 추세를 웃도는 내국세를 기금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내년에만 15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재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국민의힘 윤리위가 현역 의원 4명의 당원권을 정지하는 중징계를 20일 의결하면서 당내 내홍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2년 6개월, 진종오 의원은 2년, 권영진 의원은 1년 6개월, 서범수 의원은 10개월의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다. 당원권이 정지되면 공천을 받을 수 없다. 이대로라면 서 의원을 제외한 3명은 1년 6개월가량 남은 2028년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다. 서 의원도 당협위원장 자격을 잃게 돼 사실상 공천이 어렵게 됐다. 징계를 받은 4명은 모두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해 온 비당권파다. 조 의원은 장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제명을 요구했고, 권 의원과 서 의원은 장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소장파 그룹 ‘대안과 미래’에서 활동했다. 진 의원은 장 대표와 대척점에…
국회가 20일 대통령 측근의 비위를 감시할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안을 가결하고 청와대에 통보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야와 대한변협이 각각 추천한 최길수, 강지식, 최용훈 변호사 중 1명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3일 안에 특별감찰관으로 지명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지명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의 수석비서관급 이상 고위공무원의 비위를 감찰하게 된다.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물러난 이후 10년 만에야 제도가 제자리를 찾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1년 2개월 만이다. 특별감찰관은 정권마다 반복되던 권력형 비리의 흑역사를 끊기 위해 2014년 도입됐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특별감찰관을 처음으로 임명했지만, 초대 이석수…
1980년대만 해도 북극 일대는 연중 해빙(海氷)으로 덮여 쇄빙선 없이 항해하는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여름철 해빙 면적이 1979년 700만 km²에서 2024년 440만 km²로 줄며 상황이 달라졌다. 일반 선박도 여름 전후 2, 3개월은 북극항로를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이면 연간 100일 이상 항해가 가능해지면서 상업적 이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한반도와 유럽·북미를 오가는 거리와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부산에서 러시아 북쪽 북동항로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가면 이동 거리가 1만3000km로 수에즈 항로보다 35% 줄어든다. 항해 기간은 30일에서 20일로 줄고, 척당 항해 비용은 22% 절감된 300만 달러 정도가 된다.…
중국 베이징에서 19일 개막한 ‘2026 세계로봇대회(WRC)’에서 스포트라이트는 한 중국 기업에 집중됐다. 이날 ‘중국판 나스닥’에 상장된 유니트리가 그 주인공이었다. 전시장에 등장한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탁구까지 쳤다. 빠르게 날아오는 탁구공을 카메라로 인식하고 맞받아치며 진일보한 운동 능력과 판단력을 과시했다. 유니트리는 3년 전만 해도 1년간 휴머노이드 로봇 5대를 판매한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000배가 넘는 5215대를 판매하며 중국 최대 로봇 기업으로 도약했다. 상장 첫날 유니트리의 주가가 460% 폭등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유니트리는 이번 상장으로 61억 위안(약 1조2600억 원)을 증시에서 끌어모았다. 시장의 눈이 주가에 쏠리는 사이 로봇 업계는 유니트리가…
15∼29세 청년 취업자는 45개월째 감소하고, 청년 실업률도 5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기 실업이 길어지면 취업 이후에도 업무 역량 축적이 늦어지고 생산성이 하락해 개인과 사회 모두에 손실로 돌아오므로 실효성 있는 처방이 시급하다. 지금까지 여러 정책이 있었지만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이 늘지 않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청년 일자리 부족의 배경에는 빠른 자동화와 해외 이전이 있었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평가한 인공지능(AI)과 자동화로 대체될 일자리의 비율은 한국이 6%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는데, 이는 우리 산업이나 일자리가 남달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자동화가…
“사실관계는 똑같지만 법률적으로 보는 시각이 정반대다.”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 수사에 참여했던 핵심 관계자는 내란 특검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던 군 수뇌부와 윤석열 정부 주요 관계자들을 최근 2차 종합특검(특별검사 권창영)이 내란 가담 혐의로 줄줄이 재판에 넘기자 이렇게 말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2월 출범한 종합특검은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 등을 구속 기소하는 등 ‘3대 특검’에서 미처 규명하지 못했던 의혹을 6개월 가까이 수사해 왔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파격 승진했던 유병호 감사위원의 관저 이전 ‘봐주기 감사’ 의혹을 파헤쳐 당시 권력에 충성했던 고위 공무원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문제는 내란 관련…
어제도 그제도고양이 밥 주지 말라고 시비 걸던 남자 노인오늘도 난닝구 바람으로 나와 있네나도 모르게 고개 치켜들고그쪽 하늘 향해 미친 듯 소리 질렀네“루저들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루저! 루저! 루저! 루저!루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구!”내 서슬에지나가던 청년 흠칫 쳐다보고노인은 꼬리를 감췄네세상에, 내가 이런 인간이구나!칠십 줄에 가족 없이, 에어컨도 없이하숙방에 사는 사람한테아, 내가, 내 입에서!루저가 루저한테 생채기 주고받는열대의 밤 ―황인숙(1958∼ )첫 줄이 턱 걸린다. “어제도 그제도”, 그는 고양이에게 밥 주지 말라고 시비를 건 것이다. 황인숙 시인이 매일 캣테이커(그는 종종 혐오발언으로 쓰이는 ‘캣맘’ 대신 ‘캣테이커’로 불리길 원한다 했다)로 산 지 20년이니, “어제도 그제도”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목표가 여전히 북한 비핵화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그(김정은)는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축소에 대해 “평할 가치도 없다”며 “훈련 규모나 기일이 줄어든다고 해서 도발적, 공격적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일 오후엔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하기도 했다. 비핵화 목표에 대해 얼버무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당장 그가 추진하는 북-미 직거래의 결과에 대한 불길한 예고편으로 들리는 게 현실이다. 물론 비핵화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김정은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현실적…
호남·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반영한 새로운 장기 전력 수요 전망치를 정부가 내놨다. 2040년 최대 전력수요는 1억6500만 kW(킬로와트)로 전망돼, 넉 달 전 내놓은 잠정안보다 2680만 kW 늘었다. 최신형 대형 원전 19기의 설비용량과 맞먹는 막대한 전기가 더 필요해진 것이다. 국가 첨단 산업의 명운이 걸린 전력 확보의 다급한 현실이 수치로 다시 확인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총괄위원회가 20일 공개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력 수요 증가분은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2060만 kW, 데이터센터에서 790만 kW 등 첨단 산업에 집중됐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신규 투자계획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구조가 55년 만에 폐지된다. 매년 내국세의 20.79%를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분하던 방식을 바꿔, 내년부터는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 등을 반영해 교부금 규모를 결정한다. 현행 산식으로는 내년 교부금 규모가 100조 원에 달하지만 개편안을 적용하면 80조 원이 된다. 정부는 이 차액 20조 원을 미래대응기금 내 ‘인재·교육계정’을 신설해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초중고교 학생 수가 사상 처음으로 500만 명 아래로 떨어졌지만 20년간 교육교부금은 3배 넘게 늘었다. 학생 수와 무관하게 늘어난 세수를 시·도교육청이 독식하면서 영유아, 대학, 평생교육은 재정적으로 소외돼 왔다. 초중고교생 1인당 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7배다. 반면…
여야는 2012년 18대 국회 말 국회 선진화법을 통과시켰다. ‘동물 국회’라는 오명 때문이었다. 전기톱과 해머로 상임위 회의장 문을 부수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본회의장 단상에서 한 야당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리는 일까지 있었다. 이런 난투극의 원인으로 지목된 ‘다수당의 독주, 소수당의 육탄 저지’를 막기 위한 조항들이 선진화법에 포함됐다. 필리버스터가 소수당의 목소리를 보호하는 장치라면, 패스트트랙은 다수당의 법안이 무한정 막히는 일은 없도록 하는 장치였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면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 모두 더해 330일 안에 법안을 처리하도록 했다. 패스트트랙 안건 지정과 필리버스터 종료는 재적 의원 5분의 3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도록 했다. 그런데 당시 여당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해 상반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려 한 적이 있다. 그즈음 기자들에게 김정은과 “소통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실상은 백악관이 북한 외교관들을 통해 친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북측이 수령을 거부했다는 게 북한 전문매체를 통해 뒤늦게 보도됐다. 당시 북한이 친서를 내치는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완강했다고 한다. 접수 자체를 거부하던 북한 외교관들은 미측 인사가 친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자리를 떠나버리자 마지못해 이를 받아 갔는데, 곧이어 이를 다시 돌려줬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러브레터’로 불렸던 친서를 27통이나 주고받았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였다. 봉투가 뜯겨 있는 것을 본…
요즘 학부모 커뮤니티나 오픈채팅방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름이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추진하는 대입 개편안으로 불안해하던 이들에게 그의 발언은 불씨를 지핀 꼴이 됐다. 수능에 서술형과 논술형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두고 차 위원장은 지난주 국회에서 “시험 기술을 익히기 위해 학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학생은 폭넓게 독서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도 했다. 입시제도 변화를 공교육 중심으로 대비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발언일 테지만, 학부모 사이에선 ‘물정 모르는 소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내년 중학교 입학과 함께 서술·논술형 위주의 내신 시험을 6년간 치른 뒤 2033학년도 대입부터 새로운 수능을 보도록 한다는 게 대통령 직속 국교위의 구상이다. 몇 달…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로 은행이 대출 빗장을 살짝 풀려 하자 시장에서는 ‘일단 빨리 대출을 최대한 받아둬야 한다’는 심리가 퍼지고 있다. 내 집 마련을 못 한 사람들은 대출이 조금이라도 더 나올 때 빚내 집을 사야겠다고들 말한다. 이미 집을 계약하고 잔금을 치러야 하는 이들은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 ‘잔금일 90일 전부터 대출을 신청받는 곳을 찾는다’는 글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요즘 은행들은 통상 잔금일 30∼60일 전에 대출 신청을 받아주는데 ‘조기 신청’을 하고 싶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의 PB조차 대출 상담을 하며 “금리를 깐깐히 따지기보다 일단 많은 금액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할 정도다. 그는 빚을 최대한 받아둔 뒤 나중에 금리가 낮은 은행으로 갈아타라고 귀띔했다. 이 지침이 대출 가뭄기의…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여름에는 강에서 수영하고 겨울에는 산을 뛰어다녀서인지 어릴 때부터 몸을 잘 썼다. 학창 시절 교내는 물론 지역 육상대회 투척 종목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냈다. 체육 교사를 꿈꾸며 진학한 대학에서 씨름 선수들을 만나며 인생이 바뀌었다. 생활체육 씨름 선수로 데뷔했고, 실업팀 선수로까지 활약했다. 경남 김해에 사는 노은수 씨(46)는 지금은 보디빌더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사범대 체육교육과에 씨름 특기생으로 들어온 친구들이 있어 씨름을 배우게 됐죠. 그 친구들을 지도하던 분이 제게 제주도에서 열리는 생활체육 대통령배 씨름대회에 나갈 것을 권유했죠. 제주도로 여행 간다는 말에 솔깃해 경남 지역 선발전에 나가 2위를 했는데, 전국에서는 우승했어요. 기분이 너무 좋았는데, 당시…
평생 담박하게 살아왔으니, 닭 한 마리 없어졌다고 아이야, 그리 애태울 것 없다.집집마다 놀고 있는 솥과 아궁이가 있으니, 삶든 볶든 제 마음이지.국을 끓여 먹는 자에겐 구운 떡 세 개 보태 주고, 지져 볶아 먹는 자에겐 후추 한 줌 보태 주어라.도리어 내가 주인 노릇하며 대접할 일 덜었고, 아침 내내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도 없어졌으니, 해 높이 뜨도록 자면 되겠구나.(平生淡薄, 雞兒不見, 童子休焦. 家家都有閒鍋灶, 任意烹炮. 煮湯的貼他三枚火燒, 穿炒的助他一把胡椒.倒省了我開東道, 免終朝報曉, 直睡到日頭高.)―‘만정방·잃어버린 닭(滿庭芳·失鷄)’ 왕반(王磐·약 1470∼1530)세상에 별 계산법도 다 있다. 닭을 잃었는데 주인은 오히려 느긋하다. 보통 사람 같으면 화부터 낼 일이건만, 왕반은 안절부절못하는…